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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종법사 왕산 성도종은 누구? ‘원만한 성품의 원불교 산증인’

새 종법사 왕산 성도종은 누구? ‘원만한 성품의 원불교 산증인’

기사승인 2024. 09. 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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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단 교단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
원불교 역사의 산증인, 원만한 성품과 공심 강점
6년간 미래 대비하며 교단의 순수성 유지 과제
성도종 종법사
원불교 익산 중앙총부 정문 명패 앞에 교단의 역사를 설명하는 왕산(汪山) 성도종 신임 종법사./사진=황의중 기자
원불교 새 종법사(宗法師)로 왕산(汪山) 성도종(成道鍾·74) 원로교무가 선출됐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에서 시작된 원불교 법맥(法脈)은 정산·대산·좌산·경산·전산 종사에 이어 일곱 번째로 왕산 성도종 종사에게 이어지게 됐다.

신임 종법사 왕산 종사는 익산 중앙총부의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호적상 본적은 원불교 중앙총부의 주소인 익산시 북일면 신용리 344-2번지다. 소태산 대종사와 인연으로 익산에 모인 사람들은 자녀가 태어나면 법명을 받고 출생신고를 했는데 그도 이때 본적을 중앙총부의 주소로 올렸다. 왕산 종사도 중앙총부에서 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형제자매 9명 중 6명이 원불교 교무가 됐을 정도로 신심 깊은 집안 환경이었다.

왕산 종사는 비록 좌산 이광정 상사처럼 대산 김대거 종사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사사(師事)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 시절 먼발치서 정산 송규 종사를 지켜봤고, 익산 본부에서 자라면서 적잖은 원불교인과 교류했다. 어린시절 친구부터가 소태산 대종사의 손자이며 현 종법사인 전산 종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출생 환경상 원불교인으로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깊고 넓은 산이란 뜻의 법호(왕산·汪山)와 어울리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파벌을 만들지 않고, 원만하며 인내하는 공심(公心)의 성품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후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녔다.

왕산 종사는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 때 사람들보다 후배 교무들의 바탕과 자질이 더 뛰어나다"며 "청년들이 종교나 영성에 눈을 돌리기 쉽지 않은 세상에 성직자의 길을 택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옛날 공부인(수행자)들도 훌륭했지만 후배들은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선거에서 왕산 종사가 선출됐다는 것은 수위단이 교단의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산 종사는 2019년 지난 종법사 선거 당시에도 이미 유력 후보였다. 당시 종법사 후보자는 전산 김주원 종사와 왕산 성도종 종사, 죽산 황도국 종사 3명이었다. 이 가운데 전산 종사와 왕산 종사로 압축해 8차에 걸린 투표 끝에 재적위원 3분의2 찬성으로 전산 종사가 뽑혔다.

교화와 교단의 비전 면에서 강점이 있는 죽산 황도국 종사는 원불교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미국 교화를 위한 미국종법사를 맡고 있다는 점이 이번 선거에서 약점이 됐다. 죽산 종사 본인부터 미국 교화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석에서 종법사 자리를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뒷얘기가 돈다.

결국 새 종법사 후보는 왕산 종사와 여타원 한은숙 전북교구장으로 좁혀졌다. 여타원 전북교구장은 젊은 여성 교무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여성 정체성이 강조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찰원장과 교정원장 요직을 모두 거친 것이 수위단에게는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 힘이 편중되는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

신임 종법사가 된 왕산 종사가 짊어져야 할 짐은 만만치 않다.

갈수록 물질주의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역사가 오래된 종교조차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갓 100년 넘은 역사의 '스타트업' 교단을 미래로 인도해야 한다. 40대 종법사가 된 대산 종사나 50대 종법사가 된 좌산 종사와 달리 비교적 늦은 나이로 선출돼 6년 단임이기에 다음 종법사까지 6년간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원불교의 순수성과 법통을 지켜달라는 '안정성'에 대한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 확산과 시민 참여가 늘면서 종교계에도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나 어울릴 요구를 무리하게 종교 영역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가 각 종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고지도자를 교인 모두가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 원로의 역할을 줄이는 것 등이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우려도 크다. 종교는 진리를 전수하는 스승과 제자 관계가 기본으로, 지나치게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종교 본연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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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는 왕산 성도종 신임 종법사./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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