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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ㆍ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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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4. 08. 05. 15:55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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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잔인화·정서둔감성 등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발현"

"통제력 강화·공감훈련 등 인성교육 필요"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윤 일병 구타 살해 사건,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포천 빌라 살인 사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그 잔인한 범행수법과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의자들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에게 이들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물었다.


-최근 충격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통상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생기면 마치 우리 사회 전체적인 어떤 문제가 있는 걸로 생각들 하는데, 사실은 특출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는 것뿐이고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들은 있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생존의 욕구’가 강했던 시절에는 이런 사건들이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가 최근 들어 ‘안전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후진적인 범죄에 대한 분노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병질적이라거나 사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의 극단적인 평가는 위험하다. 그런 시각 자체가 부정적 의식을 야기하게 되고 사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건에 우리가 대비를 해야 되고 철저하게 진상 규명도 하고 대책도 세워야겠지만 이것이 마치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가 오히려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


-위 사건들의 범행 수법을 보면 피의자들이 죄책감을 못 느낀 듯 굉장히 잔인한 방법이 동원됐다.

“김해 사건의 경우 우리나라가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라 생각되고 가출 청소년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나쁜 성인들이 문제라고 본다.

사회와 단절된 조직 내에서의 부정적 행위들은 은폐된 상태에서 더 악화될 수 있다.

윤 일병 사건 역시 군대라는 상당히 밀폐된 조직에서 벌어진 일인데 군대는 힘의 논리에 의한 조직이다. 그 정도로 반문명적인 행위들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런 폭력적인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대물림 됐다는 증거다.

포천 사건의 경우 약간은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여성의 행위라 볼 수 있다.”


-윤 일병 사건처럼 군대 내에서 잔혹한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실질적인 핵심은 군내 내에서 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지, 이런 행동의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동안 군에서는 관행적으로 그런 행위들이 이뤄지지 않도록 수도 없이 대책을 세웠지만 그러한 대책들의 초점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령 각종 민관군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지휘관에 대한 인성교육을 강화한다 하고 병영 상담관을 두고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군대 내에서 이런 행동들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즉 힘에 기초한 계급문화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건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그만 사건이 터지면 지휘관들은 승진에 문제가 생기니까 은폐하는데 급급하게 되고, 항상 지휘관들만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다보니까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진상을 숨겨야하는 상황이 돼버린다.

물론 군문화를 개선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병사들의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해결이 안 되서 생기는 문제인 만큼 정신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사건의 피의자들을 범죄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일종의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로 분류할 수 있나?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는 말 그대로 정신병질자, 소시오패스는 사회병질자라고 말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통상 정신의학에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 중에서도 더 정서적으로 둔감한 사람들, 그러니까 더 악질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윤 일병 사건의 경우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이 강하다. 포천 사건의 피의자는 정신병적 질환이 의심된다.

사람들이 폭력을 자꾸 행사하다 보면 점차 잔인화되는데 이 ‘잔인화’가 바로 사이코패스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성향) 중 하나다. 자꾸 그런 것들을 수용하게 되고 거기서 학습된 무기력이 생기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일종의 제왕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런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못하게 된다.

또 이를 암묵적으로 방조하는 자들도 그런 행위에 동조함으로써, 또 여러 명이 함께 하기 때문에 책임이 분산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돼 죄책감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런 행동들에 대해서 점차 무감각해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범죄행위인지에 대해 책임의식이 약화되고 수치심도 줄어드는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번 사건들을 보면 사이코패스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랄 수 있는 ‘잔인화’와 ‘정서 둔감성’이 엿보인다.”


-김해 사건 같은 청소년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책들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나?

“일단 중요한건 청소년들의 경우 1차적인 보호영역권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보호가 안 되는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보호해줘야 한다.

이번 김해 사건 역시 가출 여중생들이 나쁜 성인들에게 일종의 피해를 당하고 본인들이 피해를 당하면서 생긴 분노를 또 다른 여고생에게 표출하면서 잔인화가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구조적으로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가정과 사회가 제 역할을 다 못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정을 이탈한 청소년들이 성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최근 이런 청소년들의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탈선의 수단이 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조건만남이나 불건전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해야 되는데 그런 통제가 제대로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청소년들이 죗값을 치른 뒤에라도 동종 혹은 유사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뒤따라야 할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이 내가 이런 행위를 했을 때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공감훈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공감능력이 좀 있으면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타인이 받게 될 고통 때문에 그 행위를 중단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일률적인 교육만 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인성교육이 굉장히 취약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보면 통제력이 굉장히 약하고 충동적이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 결국 이런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을 다시 변화시키려면 두 가지 측면에서의 중요한 인성을 강화시켜줘야 한다.

첫 번째는 자기 통제를 할 수 있는 ‘통제력 내지 극기심 강화훈련’, 두 번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넓히는 ‘공감훈련’이다. 이런 것들이 포함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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