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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20. 04. 10. 06:00

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다들 힘든데 판매가 늘어 좋겠다고요? 모르는 소리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식품업계와 이커머스업계의 고민을 한 번에 설명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자 현재의 호실적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의 표현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모든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사실상 경영활동이 ‘올스톱’됐다. 이런 와중에 식품업계와 이커머스업체는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빈도를 높이고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이들 업계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햇반·컵밥 매출이 크게 오른 CJ제일제당이 1분기 5조70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동기 대비 13% 이상 늘어난 수치다. 농심도 라면·스낵 매출 증가세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커머스업계도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티몬의 경우 상위매출 1만개 파트너 평균 매출이 지난 1~2월 23% 늘어났고, 지난달에는 창립 10년 만에 월단위 흑자를 내기도 했다.

현 상황만 보면 식품업계와 이커머스업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오히려 매출하락 압력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간편가정식·라면 등의 판매가 증가했지만 실제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이들 제품은 저장이 용이한 만큼 향후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업 재고가 소비자 재고로 위치만 바뀌면서 하반기 매출 성장성이 현재 선반영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커머스업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현재의 매출 성장세가 거품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무리 성장성이 좋은 산업이지만 경제대공황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 있어 지속성 없는 성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식품업계와 이커머스업계도 지속 성장이 확보되지 않은 미래는 불안감만 키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 업계의 속은 그 누구보다 다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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