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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한항공 아시아나 ‘번갯불’ 인수…정부는 왜 한진칼에 꽂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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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승인 : 2020.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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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정부에서 내린 결정인데, 한진해운은 공중분해시키고 아시아나항공은 품어주네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켜본 한 기업의 임원은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대줄 수도 있었고 그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법은 다양했을 텐데 한진칼을 끼워넣은 것이 아이러니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지 나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혜, 정부 경영개입, 인력 구조조정, 독과점 문제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의 법적 제동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 결정이 경영진 외에 주주 등 투자자들이나 노조 등 타 이해관계자와의 논의의 장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이 추진되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여러 논란 중에서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왜 굳이 한진칼을 지원했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이 대한항공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왜 굳이 항공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주사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느냐는 것이다.
산은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한진칼이 지주사 행위규제상의 지분요건을 맞출 수 없게 돼 불가피하게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한진칼의 주주구성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굳이 한진칼에 자금지원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은은 추후 한진칼의 주주로서 한진칼 이사회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시밭길을 무릅쓰고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아시아나항공 살리기는 4년 전 한진해운 파산과는 처리방식이 달라 더 눈길이 간다. 정부의 전략 부재로 인한 한진해운 파산 이후 세계 5위권이었던 상선대 보유 순위는 10위권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일각에선 한진해운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사기업 총수 경영권 강화를 위해 국민혈세를 들였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땅콩회항, 물컵갑질을 목도한 국민은 산은과 조원태 회장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이번 빅딜이 더 허탈하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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