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탈레반, 아프간 재점령에 ‘닥치고’ 철군 바이든 책임론 국내외서 제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edu.asiatoday.co.kr/kn/view.php?key=20210816010008511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1. 08. 16. 13:25

사이공 함락 연상케 한 미국의 카불공항 철수 작전
바이든 대통령, 아프간 상황 고려 않고 철군 방침 고수
유럽·아랍 동맹국들, 미국의 안보 신뢰에 의문
미·동맹국 협조 아프간인 보복 가능성
TALIBAN AFGHANISTAN
미국 해병대의 CH-46 시나이트(Sea Knight) 수송 헬기가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사진=카불 UPI=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탈레반의 손에 들어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미국 내뿐 아니라 동맹국에서 제기됐다.

탈레반이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아프간 전토를 장악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카불주재 대사관 직원들이 서둘러 도피에 나서는 모습은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함락을 연상케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14일 아프간주둔 미군을 9·11 테러 20주년 전까지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미국 주도의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고 아프간 주요 거점을 점령하고 있음에도 미군 철수 방침을 고수하면서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평화협상 진행과 미군 철수 방침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 유산’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탈레반에 대한 과소 평가과 아프간 정부의 무능 및 부패에 대한 간과 등 아프간 상황 오판 △민주주의와 인권 복원을 강조하면서도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反)민주주의·비(非)인권적 상황에 대해 묵인한 점 등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바이든 가니 백악관 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가운데) 및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회담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 사이공 함락 연상케 한 미국의 카불공항 철수 작전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약 5000명의 미군을 아프간에 배치해 미국과 동맹국 인원, 그리고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질서 있고 안전한 철수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인파들로 가득 찬 카불공항의 모습은 사이공 함락과 다르지 않았다.

이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발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 그 용어를 쓰지는 않겠지만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이 경솔하게 포기한 또 다른 전쟁, 사이공 함락과 비슷한 망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최근 아프간 상황을 사이공 함락과 비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CNN방송 등에 연쇄적으로 출연해 “이곳은 명백하게 사이공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전 대통령 “바이든, 아프간 사태 허용 관련 불명예 퇴진할 때”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은 그가 아프간에서 일어나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해 불명예 퇴진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약 자신이 계속 대통령이었다면 “아주 다르고, 훨씬 더 성공적인 철군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탈레반 정권 붕괴 동참 영국·독일 등 동맹국과 아랍 동맹국, 미국 신뢰에 의문

미국 주도의 탈레반 정권 붕괴에 동참했던 영국·독일 등 동맹국들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놓고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앞으로 안보 문제에서 미국에 의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아울러 WP는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도 이란의 공격에 대한 미군의 지원에 관한 의문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 미국·동맹국 협조 수만 아프간인, 탈레반 보복 대상 가능성...이슬람 율법 적용 탈레반 통치서 여성·청년 인권침해 가능성

아프간 정부와 군, 그리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 동맹국이나 국제 비정부단체(NGO)들에 협조했던 수만명의 아프간인들이 탈레반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아울러 인구 3984만명의 최소 3분의 2로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관을 교육받은 25세 이하 아프간인들과 여성들이 탈레반 통치에서 받을 인권 침해는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탈레반이 통치했던 5년 동안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샤리아) 적용해 음악·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교육 및 직업 금지에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이 의무였고,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횡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