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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독재 권력’ 빅테크 규제 적극적 미국·EU vs 방치·조장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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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

승인 : 2023. 01. 05. 08:53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미국, 빅테크 '신 최강 독재자' 인식, 소송·행정력 총동원 규제
EU, 독점 행위 빅테크 '해체' 규제법 추진
한국, 심각성 인식 못해 방치·조장
박재형 박사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네이버가 독점적 플랫폼으로서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침해하고 여론을 편향시킨다는 우려의 소리가 더해가고 있다. 국가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졌다고 할 만한 네이버의 언론장악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런데 정보기술(IT) 대기업, 소위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 강화에 대한 우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이미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2년 2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출시했다. 2024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준비 중인 그가 자신의 온라인 영향력 회복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는 2020년 11월 대선 패배 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허위 정보를 SNS를 통해 유포한다는 이유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했다.

트럼프는 이후 자신의 계정을 중단시킨 페이스북(현 메타)·트위터·구글, 그리고 이 회사의 경영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2021년 1월 지지층의 연방 의사당 난동 사태와 관련해 허위 정보 유포 등을 이유로 이 소셜미디어들로부터 계정 중단 조치를 당한 후에도 소송으로 정면 대응했다.
트럼프가 빅테크들과 전면전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통령과 정부의 권력을 총동원해 빅테크들을 최대한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 9일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고 독과점 관행을 단속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여기에는 빅테크 등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 해당 업체의 혁신 상품 개발을 중단시켜 경쟁을 사전 차단하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를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빅테크의 중요한 사업 관행을 정면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수많은 스타트업의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수의 주목적이 소규모 신생 기업의 기술력에 투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의 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 자랄 싹이 보이는 기업을 일찌감치 흡수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관행을 규제함으로써 기업 간 건전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이 담고 있는 요점이다.

정치권 및 정부와 빅테크의 대결 구도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빅테크가 반독점 행위를 거듭하면 '기업을 해체(break-up)'한다는 내용의 규제법을 추진했다. EU는 경쟁법을 어긴 기술기업에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법 위반 행위가 5년 동안 세 번 반복되면 기업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지난달 메타가 온라인 광고 서비스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메타의 규정 위반으로 결론 난다면 연간 세계 총매출의 10%인 118억달러(15조50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는 빅테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바이든은 정부의 힘을 모아 빅테크를 압박하며, 유럽연합은 그보다 더 강력한 빅테크 규제법을 추진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세계 최강의 권력과 최고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들이 빅테크와의 전쟁을 불사하는 것일까? 현재 미국·유럽 등의 정치권력이 빅테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트럼프·바이든·EU 등은 빅테크,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을까? 바로 '새로운 최강의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와 정부 권력을 머지않아 대체할 만한, 아니 이미 국가와 정부의 힘을 능가하는, 심지어 정부와 대통령을 선택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진 '독재 권력'이라는 것이 현재 미국과 유럽 정부들이 지닌 빅테크에 대한 인식이다.

이처럼 빅테크의 독점적 권력 강화로 인한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다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미국·EU 등 다른 국가들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접근 중인지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실 이전 정부에서는 오히려 문제의 해결과 반대로 이를 방치 내지 조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일시 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응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재형 재미 박사 : 'AI는 중립적인가' '한국정치와 헌법재판소' 등을 저술했다.
논설심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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