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건의 시간] ‘살인→복역→살인→복역→살인’ 어느 사이코패스의 ‘변명’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edu.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426010015321

글자크기

닫기

김철준 기자 | 이승욱 기자

승인 : 2023. 04. 26. 17:50

작년 5월 동거녀 끔찍하게 죽인 살해범…법정서 "홧김에 우발 범행"
2001년 전처 살해해 장기 복역…'모범수' 석방뒤 베트남서 살인 행각
사이코패스 검사서 고득점…대법원, '재범 우려' 무기징역 선고 확정
532237989
/게티이미지뱅크
KakaoTalk_20230426_103347834
2022년 5월 7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조용한 아파트 단지가 소란스러워졌다. 동해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일순 이 단지로 몰려든 것이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도주하던 '용의자' 이철수(가명·48)의 꼬리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공사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철수는 이틀전 동거녀 A(59)씨를 강원도 동해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사건 초기만 해도 홧김에 여성을 살해한 '우발 범죄자' 정도로 인식됐지만, 도주 시간이 길어질수록 긴장감은 커졌다. 이철수는 이미 두번이나 살인 행각을 벌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성향 범죄자였기 때문이다.

같은 해 5월 5일. 이철수는 동거녀 A씨와 함께 자신의 친구를 만났다. A씨와 저녁자리를 한 뒤 이어진 술자리였다. 하지만 이철수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동거녀가 평소 안 하던 화장을 한 것을 보자, 다른 남성을 만나고 왔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턱댄 의심에 기분이 상한 이철수에게 A씨의 언행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좋아 보이네요. 멋있어요. 다음에 (또) 초대할게요." (A씨)

A씨가 자신의 친구에게 호의를 보이자 이철수의 의심은 분노로 바뀌었다. 술자리가 끝난 뒤 귀갓길에서 그의 분노가 밖으로 터져 나왔다.

"(너) 왜 안 하던 화장을 했냐. 아까 남자 만나고 온 거 아냐? 내 친구한테는 왜 들이댔어."

의심은 분노, 분노는 다툼으로 번졌다. 이철수 입에서 한마디가 툭하며 튀어나왔다.

"내가 (집에서) 나갈까?" (이철수)
"그래 나가!" (A씨)

그것이 '트리거(trigger)'였다. 이철수는 주방에 있던 과도를 집어들곤 안방 침대에 앉아 있던 A씨에게로 달려들었다. 흉기는 피해자의 몸을 수십 차례 가격했다.

공격 강도가 얼마나 컸던지 칼끝이 부러질 정도였다. 그는 다시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내 그의 손에 묵직한 식칼이 들려 있었다. 사정 없는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이후 형사 법정에서 이철수는 범행 당시 심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A씨가 술자리에서 다른 남자에게 호의를 보이니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했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는 변명일 뿐이었다. 이철수는 살인을 이미 두번이나 저지른 상습범이었다.

2001년 이철수는 전처 B씨를 살해했다. 첫 살인이었다. 당시 B씨가 '더 이상 살지 못하니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은 이철수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철수는 4개월 잔여 형기를 남기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두번째 살인은 베트남에서 벌어졌다. 출소 직후 2012년 이철수는 베트남으로 갔고 현지 여성과 재혼했다. 하지만 다른 현지 여성 C씨와 불륜을 저질렀다. 그런데 C씨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자 어머니를 살해했다.

베트남 법원에서 징역 14년을 선고 받고, 약 8년5개월을 복역한 이철수는 2020년 출소 뒤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귀국 1년여 만에 다시 살인자로 돌변했다.

동거녀 A씨 살해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는 살인 처벌 전력과 '고위험군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온 점 등을 들어 이철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철수는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검사에서 총점 32점을 받았다. 이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 17일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김철준 기자
이승욱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