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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적 영향력이 가진 부와 비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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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19. 18:36

지텔만
독일 <디 벨트> 前편집장 라이너 지텔만
라이너 지텔만(Rainer Zitelmann)은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다. 그는 최근 ≪반자본주의자들의 열 가지 거짓말≫을 출판했다. 지텔만 박사의 허락을 받아 그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가장 인기 있는 자본주의 비판자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지식인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진정한 권력 집중이 인구의 1퍼센트의 몇 분의 1에 있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왜냐하면 그들이 기본적으로 그곳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저술한 책 ≪반자본주의자들의 열 가지 거짓말≫에 들어갈 내용을 얻기 위해 입소스 모리(Ipsos MORI)란 여론조사 기관에 34개국 국제 설문 조사를 의뢰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람들은 부자들이 자본주의 아래에서 모든 권력을 차지한다고 믿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지배적인 인식을 대해 다음의 세 가지 명제로 반박하고자 한다.

1. 부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자본주의 편향을 가진 매체나 할리우드 영화 그리고 일부 대학 교수가 우리로 하여금 믿게 하고 싶은 정도로 그들의 영향력이 강력한 것은 전혀 아니다.
2. 부자들이, 예를 들어 로비 활동을 통해서, 정치적 의제를 형성하는 것을 돕는다는 것은 다원주의적 민주 국가에서 정당할 뿐만 아니라, 중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드물지 않게 부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법률들이 또한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들에게도 이익이 되기도 한다(그 사례로는 감세와 탈규제).

3. 부자 로비스트들이, 자기들 자신의 특별한 특수이익을 추구하면서, 정치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는 확실히 '더 큰' 정부가 아니라 '더 작은' 정부, 즉 더 많은 자본주의를 옹호해야 한다. 결국, 국가가 (보조금과 과잉 규제를 통해) 경제에 더 많이 개입할수록, 로비스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크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부자들이 정치적 사태의 전개에 특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돈만이 정치권력을 매수한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자격을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는 정치 헌금을 훨씬 더 많이 모금할 수 있었던 젭 부시에게 갔었을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다.

벤저민 I. 페이지(Benjamin I. Page)와 마틴 길렌스(Martin Gilens)는 정치학자들 가운데 미국 정치가 부자들에 의해 지도된다는 생각의 가장 저명한 주창자에 속하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거금 기부자 대부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화당 싱크 탱크와 공무원들이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들은 "트럼프의 입장은 부유한 기부자들과 일반적으로 부유한 미국인들의 견해와 정반대였다"는 것을 시인한다.

게다가, 만약 돈이 정치적 결과를 결정했다면, 트럼프는 2016년 선거에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방 선거 관리 위원회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그리고 그녀를 지지했던 미국의 억만장자들로 이루어진 민간 정치 자금 단체를 의미하는 슈퍼팩들(super PACs)이 선거 주기 전반에 걸쳐 12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트럼프와 그의 협력자들은 약 6억 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만약 돈만이 정치권력을 매수할 수 있었다면, 조 바이든 역시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백악관은 부유한 기업가 마이클 블룸버그 차지가 되었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유세를 할 때, ≪포브스≫지에 따르면 619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에서 여덟 번째 부자였다. 아마도 블룸버그는 역사상 어떤 다른 후보보다도 자기가 소유한 돈을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이 자기의 선거 유세에 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저 석 달 남짓에 무려 10억 달러를 썼다.

미국 정치학자 래리 M. 바텔스(Larry M. Bartels)는 1952년부터 2012년까지 16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운동에 쓴 비용의 차이가 주는 효과를 추정해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바텔스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오직 16번 가운데 2번의 선거, 즉 1968년의 리처드 닉슨의 선거와 2000년의 조지 W. 부시의 선거에서만, 공화당 후보들이 만약 그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더 많이 쓸 수 없었더라면, 닉슨과 부시 두 후보는 아마도 패배했었을 수도 있었을 막상막하의 선거들을 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대부분 의원들 자신들이 매우 부유하다는 주장은 어떤가? 이 쟁점에 관해, 일반적으로 부자들이 미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판하는 마틴 길렌스조차도 그들이 부자라는 사실과 상하원 의원들이 내리는 정치적 결정들 간에 관련성을 보이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많은 사람은 "자본주의"를 "부패"와 관련짓는다. 그러나 부패가 특히 자본주의 나라들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견해는 그저 잘못된 관념일 뿐이다. 국제 투명성 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와 프레이저 연구소의 〈경제 자유 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를 비교해 보면 확실하게 증명되듯이, 부패 수준이 가장 낮은 나라들은 바로 경제 자유의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들이다.

그리고 정부들이 경제생활에 더 많이 개입할수록, 관리들을 매수할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그러므로 정치에 대한 부유한 시민들의 비윤리적이거나 심지어 범죄적이기도 한 영향력을 제한하기를 원하는 누구든지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는 '더 큰' 정부가 아니라 그런 개입이 제한되는 '더 작은' 정부를 옹호해야 한다.

라이너 지텔만 (독일 <디 벨트> 前편집장 )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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