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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룡의 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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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02.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국제부장
"절대로 지금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이를 악물고 넘겨서 내년에 돌아가시던지, 가급적이면 후년에 돌아가세요." "와하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덕담도 아니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콕 집어 '언제 죽어야 한다'는 농담이 강연자의 입에서 나오자 청중들의 폭소가 터진다. 필자가 금융권 출입기자로 일하던 10여 년 전 참석했던 한 시중은행 주최 금융세미나에서 있었던 장면이다. 이 세미나는 당시 정부가 발표했던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보유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절세 포인트를 설명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이었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버티고 내후년에 죽으라는 무시무시한 농담의 진원은 바로 상속세였다. 18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가상의 고액자산가가 정부의 새 세제개편안 적용시점 전후에 사망했을 경우 상속세 규모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구체적 수치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우스갯소리였던 것이다.

정부의 과세 방침에 따라 상속세 규모가 얼마나 늘고 줄어들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는 필자가 오래 전 그 강연자가 했던 농담의 기억을 새삼스레 끄집어낸 이유는 올해가 '날삼재'에 드는 해이기 때문이다. 9년마다 찾아온다는 삼재(三災)의 마지막 3년차 해를 의미하는 날삼재에는 1년차(들삼재)나 2년차(눌삼재)에 비해 재앙의 강도가 확연히 낮아지기는 하지만 건강이나 금전 거래, 주거지 이동 등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아야 한단다.
무던한 성격 탓이었겠지만 사주나 미신 등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 터라 지천명 이전까지는 삼재니 뭐니 하는 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한해두해 나이를 먹어가고 건강에도 조금씩 이상신호가 생기다보니 거들떠보지 않던 사주풀이에 시나브로 곁눈질을 하는 나 자신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에도 각 개인과 가정에 각자의 운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여러 대소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시점을 좀더 거시적으로 돌려보면 우선 국내에서는 나와 우리 국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대형 정치 이벤트인 총선이 4월에 예정돼 있고, 국제적으로는 대만 총통선거, 이스라엘-하마스 및 우크라이나-러시아간 휴전협정, 미국 대선 등이 세계 평화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 변화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끌 것이다.

2024년 '갑진년' 용의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육십갑자의 41번째 푸른색 갑(甲)과 십이간지 중 용을 뜻하는 진(辰)이 어우러지는 '청룡의 해'다. 청룡은 동양신화에서 강하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상징적 존재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 행운과 복을 기원하고 각종 고난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의 존재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화엄경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가 있다. 은유적으로는 '마음이 만물의 창조에 책임이 있다'란 뜻이지만, 쉽게 말하자면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다는 의미다. 앞서 날삼재를 언급하긴 했지만, 3년의 삼재 기간 중에는 특별히 복을 받는 '복삼재'도 있다고 한다. 삼재가 찾아오는 기간에도 길이 열리고 긍정적인 일들이 있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 모두 "다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운을 적극 이끌어내겠다는 청룡의 정신으로 즐겁고 당당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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