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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유 사고 오랑우탄 입양하세요”…한 발 물러선 말레이 ‘오랑우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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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8. 19. 15:30

MALAYSIA-PALMOIL/ORANGUTAN <YONHAP NO-3660> (REUTERS)
말레이시아의 한 보호센터에서 바나나를 먹고 있는 오랑우탄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판다 외교'처럼 팜유를 구입하면 오랑우탄을 선물하겠다고 했다가 물의를 빚은 말레이시아가 개정안을 발표했다. 팜유수입국에 오랑우탄을 선물하되 말레이시아 서식지에서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19일 로이터통신과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조하리 압둘 가니 농업원자재부 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오랑우탄을 입양할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서식지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지난 5월 판다 외교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가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 등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하리 장관은 팜유 수입국·수입기업이 선물로 받게 될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에 남게 될 것이며 "오랑우탄이 인간이나 다른 활동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식량을 찾고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오랑우탄을 입양하는 (팜유 수입) 기업으로부터 모금된 기금을 비정부기구(NGO)와 사바주(州) 정부에 전달해 오랑우탄이 서식하는 삼림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오랑우탄들을 보살피는 데 사용할 것이라 덧붙였다. '입양 비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아울러 말레시아의 국토 가운데 54%가 산림이며 "그 수준이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산림 벌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랑우탄 외교와 산림 관련 논란은 모두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에서 비롯됐다. 팜유 업계가 야자수를 기르는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목하는 과정에서 삼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진다는 것이 동물·환경보호단체의 지적이다.

이에 더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생산 과정에서 삼림을 훼손한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해당 법이 차별적이라 반발해왔다. 말레이시아가 한발 물러서며 '오랑우탄 외교'를 펼치면서도 오랑우탄의 서식 환경과 산림 보호 등에 신경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은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팜유는 아이스크림·초콜릿 등 식품과 화장품·비누 등 생활용품 전반에도 두루 쓰인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의 뒤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팜유를 생산·수출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2년 산림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육지는 한때 대부분이 숲으로 덮여 있었지만 현재는 팜유 재배와 벌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감시단체인 림바 워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팜유 생산으로 인해 파괴된 산림은 230만㏊에 달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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