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재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 구성 이후 처음으로 오는 6일 재판관 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부터 최우선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탄핵 정족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현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등을 빌미로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카드까지 언제 또다시 꺼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두고 "아주 간단하다. 의결 정족수가 151석인지 200석인지만 따지면 될 일"이라고 했는데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연합 |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오는 6일 재판관 전원회의를 소집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을 비롯해 헌재에 계류된 여러 사건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일부 사건의 배당조정 여부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헌재에 계류돼 있는 탄핵심판 사건만 역대 최다인 10건에 달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시급하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지만,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부터 먼저 내려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연합 |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당시 탄핵 정족수를 국무총리 기준인 151명(재적의원 과반수)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는 대통령 기준인 200명(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게다가 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한 권한대행 탄핵사유 5가지 가운데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2가지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에 속한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는 국회의원 192명이 탄핵에 찬성해 200명을 넘지 못했다. 이에따라 국민의힘은 이날 의결이 원천무효라며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행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국회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행위 자체의 효력은 별도의 헌재 결정이 있기 전까지 인정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헌재가 별도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직무정지가 유효하다는 얘기지만, 가결됐는지 분쟁중이라면 기존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헌재가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법적판단을 미룬 채 직무정지만 시키면, 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 혹은 그 이후의 대행체제에서 수행하는 행정행위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고 국정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해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헌재는 하루속히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에 대한 법적 판단부터 내놓기 바란다. 누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든 자격시비를 없애야 대내외적으로도 정국안정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헌재는 특정 진영의 이익이나 여론을 의식해 판단하지 말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켜야 한다. 헌재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