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주의 전통·소유품 과시·전통 사업 방식·궂은 날씨·해양 산업 등 여러 가설 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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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인 것은 인권만이 아니다.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집 안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창(窓)에 놀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창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치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커튼이 없는 집도 있다. 외국인들은 네덜란드의 이런 모습에 놀라지만 네덜란드인들은 이런 문화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세계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네덜란드의 모습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어울리는 소통처럼 보이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커튼을 치지 않는 문화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가장 유명한 가설은 개신교파 칼뱅주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칼뱅주의는 근면, 규율, 검소함을 강조했으며 이는 네덜란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의 천주교가 타락하면서 최고위 성직자들은 비윤리적으로 사치와 향락을 누렸고 이를 숨기고자 집을 커튼으로 가렸다. 반대로 칼뱅주의자들은 검소함을 따른 만큼 숨기는 것이 없었고 따라서 커튼을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부(富)를 과시하고자 커튼을 치지 않았다는 가설도 있다. 네덜란드는 16-17세기 해양 무역으로 황금기를 맞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실내 인테리어가 화려해졌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커튼을 걷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고자 경쟁하는 21세기와 같은 모습이다.
일부는 커튼을 치지 않는 것이 전통 사업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상인들은 비싸고 아름답게 치장한 인테리어를 외부에 보임으로서 자신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잘 굴러간다고 증명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네덜란드 날씨 때문이라는 가설도 신빙성이 있다. 가설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궂은 날씨에서 해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커튼을 치지 않았다. 실제 네덜란드에는 날이 좋은 날이면 월차를 내고 집 안의 커튼을 활짝 열고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가설로는 해양 산업의 발달이 있다.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어업, 무역업 등 해양업이 발달했으며 이로 인해 선원, 어부 등의 직업 종사자들이 많았다.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운 동안 부인들이 자신의 정절을 보여주기 위해 커튼을 치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
다양한 가설들이 있지만 중요한 점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수 세기 전에도, 2021년 현재에도 커튼을 치지 않는 삶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창문을 통해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엿보는 행운을 누린다. 네덜란드의 골목을 걸으며 관광지가 아닌 현지의 삶을 잠시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