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지하철 출입구 등 방치로 시민 보행안전 '적신호'
서울시, 전국 최초로 '킥보드 없는 거리' 등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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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인근 골목. 시민들이 오가는 폭 1.5m의 보행로에 전동킥보드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화분이 놓여 있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 보행로가 좁아져 있었다. 시민들은 보행을 방해하는 전동킥보드 탓에 차도로 내려가거나 몸을 한껏 구기며 비좁아진 보행로를 통과했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A씨는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아무 데나 반납하면 되고 주차금지 구역이더라도 이용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등 책임질 필요가 없어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무분별한 주차 문제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보행로는 물론 횡단보도 진입로, 지하철역 입구 등 통행이 많은 곳에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무질서하게 세워지면서 시민들의 통행은 물론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서울시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18년이다.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서울시내 곳곳에 놓여진 공유형 전공킥보드 수는 총 4만3000여 대로, 시민들이 애용하는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경우 주차 문제에 관한 뚜렷한 규정이 없는데다 이용자들이 아무 장소에나 주차를 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 대신 오히려 보행로를 막는 장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는 김금례씨(85·여)도 길을 가로막는 전동킥보드에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안 그래도 걸음이 느린데 이놈의 것(전동킥보드) 때문에 내가 피해다니느라 아주 죽겠다. 오죽하면 쓰러져 있는 걸 세워보려고 했는데 하도 무거워서 꿈쩍도 안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평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닌다는 주부 서모씨는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인도에 전동 킥보드가 세워져 있으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그럴 땐 차도로 유모차를 끌고 내려가는데 차가 달려와 사고 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1년 7월부터 시민들의 신고를 받아 보행에 방해되는 전동킥보드를 견인 조치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만225건, 2022년 9만4181건, 2023년 14만1031건, 2024년 9월 기준 12만5542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시에서 직접 견인한 전동킥보드 수는 총 20만6112대로, 이 가운데 15만7726대는 업체에서 직접 수거했다. 이때 발생하는 견인비(4만원)는 업체에 부과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서울시에서 지난 9월까지 전동킥보드 견인 비용으로 70억 원이나 쓰였다"며 "지차체의 조치는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 견인료를 더 올리는 등 더 강한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업체에서 지정 주차장을 마련해 그곳에 주차하면 다음 이용료를 반값으로 줄여주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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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에서는 전동 킥보드 운영 업체들을 직접 관리·감독을 할 권한이 없어 강력한 처벌이나 규제를 만들 수 없다"며 "전동킥보드 운행과 관련된 법제도 개선부터 관리·대응 방안까지 마련해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