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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준 칼럼] 불법 공매도 차익, 현대차 번 돈보다 많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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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1. 22. 17:57

황남준
황남준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공매도 제도 개선' 시계가 빠르게,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신속한 제도 개선 방침, 윤석열 대통령의 확고한 대선공약 실천 의지, 여야를 망라한 국회 정무위원회 적극적인 입법 활동 등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금융감독원장 2명이 공매도 제도 개선 약속을 해놓고도 유야무야한 전례와는 대조적이다. 정부와 여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불확실했던 공매도 제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의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개인투자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여당이 지난 6일부터 내년 6월까지 공매도 금지를 전격 발표한 이후 소위 '공매도 세력'의 직·간접적인 반발이 줄을 잇자 급기야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직접 방문해 이복현 원장을 독려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14일에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년 6월 이후에도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까지 천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공매도 제도 개선안 논의에 착수했다. 현행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15만명의 국민이 국회 국민청원 형태로 요구한 3건의 제도 개선안 내용, 현재 계류 중인 6명의 여야 의원들의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법안,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 등이 한자리에서 통합 논의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심의된다.

올해 1~8월 불법 공매도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45건, 과태료·과징금 부과 금액 합계는 107억475만원이었다. 역대 최다 제재 건수이자 역대 최대 과태료·과징금이라고 한다. 외국계 금융사가 전체 과태료·과징금 부과액의 92%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불법 공매도 표적이 된 종목만 1212개, 불법 공매도로 거래된 주식이 1억5000만주가 넘었지만,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 공매도 시장은 심각하다 못해 위중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이 보편화돼 있는 장"이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확인된 불법 공매도 대상만 지금 100여 개 종목 이상"이라면서 "특정 해외 글로벌은행의 (불법)거래 사실은 국내 증권사들의 창구 역할이 없으면 힘든데, 증권사들에 대해 매우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공매도 카르텔' 존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먼저 현행 공매도 주문은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사전에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는 게 불가능하다. 주식매매 결제가 체결 후 3영업일째 이루어져 무차입 공매 시 불법을 은폐할 수 있는 시간을 48시간 이상 확보할 수 있다. '늑장 보고' 또는 '실수 주문'으로 위장된다. 그 다음, 기관과 외국인의 경우 상환기간이 무제한이어서 공매도를 한 주식이 떨어질 때까지 무제한 버틸 수 있다.

또 '업틱 룰' 위반 사례가 빈번하다 보니 불법이 일상화됐다. 특히 올해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업틱 룰 위반 거래가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한다. 업틱 룰이란 시장거래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6일 하루에 40% 가까이 주가지수가 오르내린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불법 공매도 적발은 주로 거래자의 신고 자료에 의존한다. 업틱 룰 위반 거래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여러 종목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 적발 사례가 극히 드물다. 공매도 거래가 수기식, 비대면, 동시다발적 업틱 룰 위반 주문으로 이뤄져 그만큼 범죄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불법 공매도는 감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당국도 '공매도 카르텔'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소극적 적발이 일상화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전산화가 안 된 공매도 거래 시스템이 주범이다.

그 경제적 피해는 개인투자자와 해당 상장기업이 보게 됐으며 그 결과는 금융시장의 낙후성과 부패와 범죄의 만연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최근까지 국내 증시 외국인의 공매도 누적거래액은 110조원이 넘는다.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이 전체 공매도 누적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9%로 압도적이었다. 기관과 개인의 비중은 각각 30.4%, 1.7%였다. 만약 98%가 넘는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거래를 통해 10%가량의 수익률을 본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대표적 제조기업인 현대차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394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8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넘는 수익을 개인투자자로부터 가져간 셈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매수 평균단가를 고려한 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은 -22.2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19조3678억원어치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4조3099억원의 손실을 봤다.

공매도 개선 입법과정에서 쟁점들이 적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입법상의 조그만 차이가 천지차이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먼저 정부가 발표한 개선안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 미흡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상환기간 무제한 연장'은 자금과 정보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차입공매도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반영해 법안을 발의했다.

무엇보다 위반 시 엄정하고 가혹한 처벌이 답이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의 경우처럼 과징금이나 과태료는 범죄 수익금의 10배 정도, 징역 1년 이상의 형사 처벌과 영업정지 또는 취소 등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은 신뢰와 엄정한 법 집행이 생명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았다.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여야가 제대로 논의해서 연말까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합의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회전만 거듭하면 시장에 불확실성만 던져 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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