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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간 대통령 찾습니다’...신흥국 ‘정치위기’에 경제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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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남 기자

승인 : 2014. 02. 03. 13:15

 미국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신흥국들이 정치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대통령이 뇌수술 이후 정치에 손을 놓은 상태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터키 등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대립이 격해졌다.

엑토르 티메르만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파히나 12'와의 회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브라질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문가들은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아르헨티나에 30억 달러(약 3조 2379억원)를 차관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억 달러는 브라질 외화보유액의 1%에 불과하지만, 아르헨티나 외화보유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자존심' 때문에 브라질의 도움을 원천 봉쇄했다.

그렇다고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사회복지 지출확대에 따른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대책을 전혀 마련해놓지 못한 상황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뇌수술 이후 최근까지 두문불출해 시민들이 '집 나간 대통령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경찰 파업으로 전국 곳곳이 약탈장으로 변했다.

아르헨티나 환율 위기가 테이퍼링이 아닌 '외국 자본의 복수'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가 외국 자본이 대주주인 최대 석유업체 YPF 등을 국유화하면서 외국 자본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 때문에 자본 이탈이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국가재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월드컵을 반대하는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고 오는 10월 대선도 치러야 한다.

터키는 11년째 집권중인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퇴진 운동이 끊이지 않는데, 막상 총리는 8월 대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역시 4월 총선과 7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 지지 내용이 적힌 지폐가 대거 유통될 정도로 선거전이 혼탁하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타계 이후 국가 리더십이 사라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로 인한 흑백갈등이 재현되고 백금광산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까지 겹친 상태다.

이런 정치적 문제로 해결이 급박한 현실적 경제문제는 등한시되고 있다. 

환율과 함께 신흥국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에너지 수입과 보조금문제만 봐도 그렇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남아공과 터키는 자국통화로 환산한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달 말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중이다. 인도네시아·브라질은 이미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엄청난 수입액 증가 압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비싸게 에너지를 수입해 국민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는 더 많아지고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예산의 11%를 연료 보조금에 써야할 만큼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보조금을 없애면 소비가 둔화하는 부작용에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진다.

미국 정치일간지 포린폴리시 등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들이 정권을 잡는데 더 혈안이 돼 경제 문제를 등한시한다"며 "일부는 표를 얻기 위해 국가 재정에는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추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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