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고성국 칼럼] 실패한 ‘쿠데타’에는 엄혹한 대가가 따른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edu.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701001483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27. 17:59

20241014010006204_1729672230_1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조금 떨어져서 보면 다 보인다. 공간적으로도 그렇지만 시간적으로도 그렇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그 측근들이 내밀하고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제안'할 내용을 대놓고 언론 플레이로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섰을 때 '이건 아닌데'라고 하면서도 그저 정치를 잘 몰라 그렇겠거니 했다. 끈질긴 '독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치 배수진을 치듯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라는 걸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할 때도 '왜 이러지'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긴 했으나 재보궐 선거 막판에 쫓기다 보니 그랬겠거니 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 면담이 있는 날 오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뜬금없이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고 또 그걸 3시간여 만에 한동훈 대표가 덥석 받았을 때도 '우연이 겹쳤네' 하고 말았다. 여야가 만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므로.

그리고 이루어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면담이었다. 80분 넘게 진행된 산책과 차담. 제로콜라까지 준비한 대통령의 마음 씀에도 불구하고 면담 자체는 별 성과 없이 끝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의 면담부터 그 자리에서 할 대화내용까지 한 대표는 이미 다 언론을 통해 공개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면담 자체도 큰 뉴스가 될 수 있고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도 1면 톱을 장식할 특종이었지만 한 대표는 그걸 이미 다 써버렸다. 남은 것이라곤 윤 대통령이 그걸 수용하느냐뿐이었다. 그리고 정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 결과를 너무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세 가지 요구는 처음부터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고 요구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면담 후 한 대표는 '할 말을 다했다'고 했지만 실제 면담 분위기는 언론을 통해 이미 할 말을 다하고 온 한 대표에게 대통령이 담담하고 진솔하게 3대 요구가 왜 잘못된 건지 왜 받아들일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단순히 3대 요구에 대한 답변만 한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은 야권의 끊임없는 정치공세에 여당이 좀 제대로 맞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권의 정쟁에 대통령이 어떻게 일일이 대응하겠냐면서.

면담에서 두 사람은 야권의 헌정 질서 파괴에 공동대응하기로 했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을 지지하며 뒷받침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여당 대표의 이 발언 정도가 새롭다면 새롭다 할까.

'면담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해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하나의 의문은 이것이다. 한 대표는 왜 이렇게 무모하게 달려들었을까? 정치를 잘 몰라서라고 하기에는 한 대표와 측근들의 언행과 언론플레이가 너무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다. 그들은 언론을 이용해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했고 야권보다 더 야당스럽게 김건희 여사를 몰아붙였다. 언론플레이를 포함한 역할 분담까지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목표도 분명했다. 대통령을 무력화하고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그 성과를 기반으로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차기 대권으로 직행한다.

그들이 동원한 수단도 다양했다. 언론을 통한 분위기 띄우기, 세(勢) 과시, 야당에 편승하기에 이어 직접적인 '협박'까지 사용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김건희 특검법'을 또 막아내기는 어렵다"와 같은 발언이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 한동훈과 그 일당들은 쿠데타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고 김건희 여사를 관저에 유폐시키고 당권을 장악하려 했다. 이것이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본, 한 달여에 걸친 '독대 면담 사태'의 진상이다.

이들의 '쿠데타'는 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야권이 밀어붙이는 특검법은 위헌적 악법이다. 여당이 이를 막는 것은 의무다. 만약 여당이 이를 막지 못하거나 막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내 아내는 특검수사를 받을 것이다. 당당하게, 특검을 통해 아내의 무고함을 밝혀낼 것이다."

정치는 종종 협박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물론 최후의 수단이다. 이 최후의 수단을 쓸 때는 쓰는 자도 최악을 각오해야 한다. 협박이 먹히면 크게 얻는다. 그러나 협박이 먹히지 않으면 자멸과 자폭이 따라온다. 한동훈과 그 일당은 윤 대통령을 협박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담담하고 당당하게 물리쳤다. 윤 대통령의 당당함과 담담함에는 아내 김건희 여사의 결백함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다.

역사는 쿠데타에 실패한 자들의 비참한 최후에 대한 기록들이 많다. 한동훈 대표는 지금이라도 그 기록들을 뒤적여 보길 바란다.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를 되돌아보고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적 선택이라도 너무 늦지 않게 찾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